무라카미 하루키, 잡문집
'해변의 카프카' 이 후, 아니 '해변의 카프카'부터였을까. 그 때부터.
나에게 하루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혹은 -이젠 진짜 할아버지가 된 듯 한-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느껴졌다.
더 이상 내가 기대하는 그-의 작품-를 볼 수 없다고 단했었다.
그건 그가 전작들을 통해 만든 그만의 색채에 내가 매료됐었고, 그 매력이 내게 선입관처럼 작용하기 때문이었다.
전작들과 비슷한 느낌을 원하는 건지, 아니면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랬던지 여튼.. 난 실망했다.
몇몇 최신작들로부터...
절정은 1Q84'였다. 후에 나온 3권은 읽진 않았지만 먼저 나온 두 권의 두꺼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한 가지.
하아- 하루키씨 이제 할아버지가 된 거 같다.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.. 이건 뭐, 아무튼 내겐 아주 별로였다. -_-;
(아주아주 별로여서 다 읽자마자 홍차랑 바꿔먹었다...ORZ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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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79-2010,
하루키가 글을 쓰기 시작한 때부터 2010년까지의 이런저런 글들을 모아 만든 책, 이름 그대로 잡문집.
하루키의 장점과 단점이 한눈에 들어오는 글들이 와글와글 자기들끼리 복작거리고 있는 느낌.
아- 하루키는 역시 미워할 수 없어~ 라는 생각이 들었다. '정말이지.. 하루키씨는 어쩔 수 없다니까!' ..랄까? -ㅁ-
하루키가 쓴 머리말처럼 일본의 설날 복주머니의 복불복 성격이 있어서
어떤 글은 무척 맘에 들었고 또 어느 글은 좀 맘에 안들어서 '아 하루키씨, 너무 뻔해요-'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.
하루키씨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이런 편한 말투의 대화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
하루키씨는 역시 작가와 독자의 교감이 뛰어난 천상 작가구나~ 인정하게 된다. 미워할 수 없는..이 아저씨!! ㅎㅎ
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글들은 '예루살렘상 수상 인사말', 음악에 관한 것들, 번역과 소설을 쓴다는 것에 관한 글들이고
별로인 건 인물에 대한 글인데..이건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보이는 상대방의 장점을 늘어놓는 느낌이라 별로였다.
참, 짧은 픽션도 별로! 일본식 말장난 농담..;;;; 내 취향이 아니었다.
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진심이 담뿍 담기는 거 같다.
나는 음악, 더더욱 재즈는 잘 모르지만 하루키가 얘기하는 재즈 이야기에 푹 빠져서
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재즈 뮤지션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생생하게 다가와서
시쳇말로 나도 너무 좋아해서 자주 듣는 음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.
그래서 읽는 것이 즐거웠다 :-)
즐겁게 재잘조잘 이야기하는 내 앞의 사람을 나는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기분이었다.
이 책을 읽으니 하루키씨를 떠났던 애정이 다시 돌아왔다.
아 역시 미워할 수 없어! 라는 것이 소감이다.
미워할 수 없는 옆집 아저씨같은 느낌의 잡문집. 추천한다~ :)
(참참, 표지디자인, 책디자인 맘에 듬! 예쁘다! 빨간색!!!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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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새로운 음(note)은 어디에도 없어. 건반을 봐, 모든 음은 이미 그 안에 늘어서 있지.
그렇지만 어떤 음에다 자네가 확실하게 의미를 담으면, 그것이 다르게 울려퍼지지.
자네가 해야 할 일은 진정으로 의미를 담은 음들을 주워담는 거야."
소설을 쓰면서 이 말을 자주 떠올린다.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.
그래, 그 어디에도 새로운 말은 없다.
지극히 예사로운 평범한 말에 새로운 의미나 특별한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.
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. 우리 앞에는 아직도 드넓은 미지의 지평이 펼쳐져 있다.
그곳에는 비옥한 대지가 개척을 기라디고 있다.
-잡문집, 무라카미 하루키-